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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로 구매하세요. 하지만 세트로 입지 않아도 됩니다.

상하의 세트로 입습니다. 혹은 상하의를 따로, 단품으로 입습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옷은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아침에 무엇을 입을지 생각할 시간이 없을 때는 그대로 상하의를 맞춰 입으면 됩니다. 오늘은 조금 다르게 입고 싶다면 상의만, 혹은 하의만 활용하면 됩니다.

선택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안심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cliché의 도미오카입니다.

 

셋업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상하의를 갖춰 입은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재킷과 트라우저즈이거나, 셔츠와 팬츠이거나. 같은 원단, 같은 색으로 만든 상하의를 맞춰 입는 것이니 당연히 전체적으로 잘 어울려 보이고, 스타일링에 실패할 일도 적습니다.

다만 저는 "상하의 세트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셋업으로 안심하고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금 이 순간 상하의가 같은 색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같은 소재라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지금 이 순간"이 의외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소재로 만든 블루종을 먼저 사고, 마음에 들어 반년 후 같은 원단의 트라우저즈를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품번상으로는 같은 소재입니다. 색 이름도 같습니다. 그렇다고 반년 입은 블루종과 새 트라우저즈가 완전히 같은 상태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입고, 햇빛을 받고, 마찰을 겪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탁도 합니다. 색이 보이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원단의 뻣뻣함도 풀립니다. 주름이 생기고 몸에 익숙해지면서, 그 사람의 입는 방식이 옷에 남아갑니다.

물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옷으로서는 그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새것일 때보다 몇 년 입은 뒤가 더 멋있는 옷도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상하의를 셋업으로 맞춰 입으려 하면 미묘한 색 차이나 원단의 표정이 신경 쓰일 때가 있습니다. 같은 원단인데도 왠지 상하의가 따로 보입니다. 저는 그 점이 조금 신경 쓰입니다.

따라서 셋업을 셋업으로 입고 싶다면 처음부터 상하의를 갖춰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원단이 같은 상태에서 함께 시간을 쌓아갑니다.

그렇게 하면 입는 동안 색이 조금씩 변하더라도 상하의가 함께 변해갑니다. 오늘 입었을 때만 같은 것이 아니라, 반년 후에도, 1년 후에도, 그 이후에도 함께 길들여져 갑니다.

저에게 "상하의가 갖춰져 있다는 안도감"은 아마 그런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매번 세트로 입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셋업의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의만 입습니다.
하의만 입습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상하의를 그대로 입습니다.

한 벌의 옷을 샀지만 입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세트로 입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각각 단품으로도 충분히 완성됩니다. 제가 셋업에 끌리는 이유는 바로 그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cantáte에는 그런 셋업이 두 가지 있습니다. Washed Linen Denim과 Linen Washi입니다.

둘 다 상하의로 입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셋업"이라고 불러도 입었을 때의 인상은 상당히 다릅니다. 소재가 다르고, 형태도 다릅니다. 그리고 상하의를 따로 활용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이번에는 셋업으로 입었을 때뿐 아니라, 각각 단품으로 입었을 때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Washed Linen Denim부터 살펴보겠습니다.

CREDIT

cantáte "Washed Linen Denim Chore Blouson"

cantáte "Washed Linen Denim Tuck Trousers"

10eyevan "no.5 48 SG 〈SILVER-BLU〉"

 

INDIGO는 일부러 같은 계열의 색으로 구성했습니다. 상하의를 같은 색으로 맞추면 셋업다운 통일감은 제대로 살아납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슈트처럼 상하의가 갖춰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긴장감이 생기는 옷은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사용한 원단이 크게 작용합니다.

CREDIT

"WORLD IS YOURS Tee (Cartoon Letter)"

 

10oz 리넨 데님. 데님다운 표정은 분명히 있지만, 입어 보면 무게감이 남지 않습니다.

리넨 특유의 마디가 있고, 세탁과 착용으로 생기는 주름도 균일하지 않습니다. 그 섬세한 요철이 빛을 받아 같은 INDIGO 안에서도 자연스러운 농담이 생깁니다.

상하의를 같은 색으로 입어도 하나의 커다란 면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원단 자체에 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리넨에는 독특하게 아래로 흐르는 드레이프감이 있습니다. 원단에 분량감이 있어도 몸의 움직임을 따라 툭 떨어집니다. 그래서 상하의를 함께 입었을 때도 "데님을 온몸으로 입고 있습니다"라는 강한 인상이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데님의 셋업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힘을 뺀 듯한 인상이 납니다. INDIGO는 그 소재의 특징을 가장 솔직하게 즐길 수 있는 색이라고 생각합니다.

 

CREDIT

cantáte "Washed Linen Denim Chore Blouson"

cantáte "Washed Linen Denim Tuck Trousers"

 

한편 NOIR에는 흰 셔츠를 매치했습니다. 검정 상하의 사이에 흰색을 넣는 것입니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검정 면적이 한 번 나뉘기 때문에 전체 스타일링이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습니다.

CREDIT

cantáte "WORLD IS YOURS Tee (Cartoon Letter)"

 

게다가 검정 한 색으로만 보면 알아채기 어려운 원단의 요철도, 옆에 흰색이 들어오면 신기할 만큼 잘 보이게 됩니다. NOIR라고 해도 새까만 평면은 아닙니다. 리넨 특유의 마디와 주름, 워싱으로 인한 미묘한 표정의 차이가 있습니다. 검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차이가 흥미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하의로만 입는 것은 아닙니다. Washed Linen Denim은 따로 입었을 때 상당히 활용하기 좋은 셋업입니다.

 

먼저 블루종입니다.

원단이 몸에 달라붙지 않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어 아우터처럼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감각적으로는 약간 도톰한 셔츠에 가깝습니다.

티셔츠 위에 그대로 걸쳐도 좋고, 셔츠 위에 입어도 좋습니다. 같은 데님의 트라우저즈를 매치하면 당연히 잘 어울리지만, 울 슬랙스와 함께 입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캐주얼한 소재인 데님과 슬랙스의 단정함. 보통은 조금 거리가 있는 조합이지만, 이 리넨 데님에는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감각이 있어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무지 팬츠로 깔끔하게 정리해도 좋고, 패턴 아이템을 매치해 약간의 변화를 줘도 좋습니다. 블루종 자체가 강하게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입는 팬츠에 따라 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트라우저즈입니다.

허리 주변은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충분한 분량을 확보했습니다. 상당히 넓은 실루엣이지만, 이것이 일반적인 무거운 데님이었다면 조금 더 투박해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리넨 특유의 부드러움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감각이 있습니다. 걸을 때 원단이 흔들리고, 멈추면 세로로 차분하게 떨어집니다.

통이 넓은데도 무거워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 스웨트셔츠를 입어도 좋고, 니트도 좋습니다. 셔츠를 턱인하면 조금 더 단정해 보이고, 티셔츠를 빼서 입으면 한층 편안한 분위기가 납니다.

블루종과 함께 입을 때는 셋업의 트라우저즈지만, 단품으로 입으면 한 벌의 와이드 팬츠로서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같은 원단을 사용했지만 블루종은 가벼운 아우터로, 트라우저즈는 실루엣을 즐기는 한 벌로 각각 완성됩니다.

그래서 세트로 샀는데도 “세트로 입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하의로 입는 날과 따로 입는 날이 자연스럽게 섞여 갑니다. Washed Linen Denim은 그런 셋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Linen Washi입니다.

CREDIT

cantáte "Linen Washi Shirt Blouson"

cantáte "Linen Washi M51 Cargo Pants"

 

이 제품은 Washed Linen Denim과는 또 조금 다릅니다.

BLACK은 상하의를 검정으로 통일했습니다. 날실에는 리넨, 씨실에는 일본 종이 섬유를 사용해 고밀도로 짠 원단입니다.

CREDIT

cantáte  ”WORLD IS YOURS Tee (Block Letter)"

 

만져보면 처음 느껴지는 것은 탄탄함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딱딱한 것은 아닙니다. 리넨과 일본 종이 섬유로 만들어 피부에 닿으면 드라이한 감촉이 느껴지고, 보이는 것만큼 무겁지도 않습니다.

여기에 하드 워셔 가공을 더했습니다.

공들여 고밀도로 곱게 짠 원단을 마지막에 일부러 무너뜨립니다.

그 결과 원단 표면에 잔잔한 주름과 마모감이 생깁니다. 균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BLACK을 상하의로 입어도 단순히 검은 옷을 위아래로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빛이 닿는 부분과 주름 안쪽으로 들어가는 부분. 같은 블랙 안에서도 명암이 생깁니다. 셋업으로서의 통일감은 있지만 조금 흐트러져 있습니다. 저는 그 정도가 일상에서 입기에는 더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CREDIT

 cantáte  "Linen Washi Shirt Blouson"

cantáte "Linen Washi M51 Cargo Pants"

10eyevan "no.1 Ⅲ BR 43 〈DEMI〉"

 

한편 TAN에는 화이트를 매치했습니다.

CREDIT

 cantáte "WORLD IS YOURS Tee (Block Letter)"

 

BLACK이 조금 긴장감 있는 인상이라면 TAN은 훨씬 부드럽습니다. 같은 소재, 같은 형태라도 색만 달라지면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화이트를 사이에 넣으면 TAN의 건조한 색감도 한층 가볍게 보입니다. 봄여름다운 조합이지만, 단순히 밝은 색이라 가볍다기보다는 와시와 리넨의 드라이한 질감까지 더해져 가볍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Linen Washi는 위아래를 따로 입었을 때도 재미있습니다.

 

셔츠 블루종은 이름 그대로 셔츠와 블루종의 정확히 중간쯤에 있는 옷입니다. 단추를 위까지 잠그면 셔츠처럼 입을 수 있습니다. 두세 개를 열고 깃을 조금 빼면 가벼운 겉옷이 됩니다. 안에 티셔츠를 입고 앞을 열어 두면 더욱 블루종에 가까워집니다.

같은 옷인데도 단추를 몇 개 잠그느냐만으로 보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입어야 한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날의 기온이나 안에 입는 옷, 그날의 기분에 맞춰 바꾸면 됩니다.

한편 트라우저즈는 M-51을 기반으로 한 와이드 실루엣입니다.

카고 팬츠이므로 당연히 밀리터리에서 비롯된 디테일이 있습니다. 포켓도 있고, 여유로운 분량도 있습니다. 본래라면 상당히 투박한 방향으로 가기 쉬운 팬츠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소재가 달라지는 것만으로 인상이 달라집니다.

코튼 군용 바지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아니라, 리넨과 와시의 건조한 질감과 빳빳함이 있습니다. 형태는 밀리터리인데 입었을 때는 어딘가 깔끔합니다. 그 점이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밑단의 지혈 테이프. 그대로 안쪽에 넣어 일반적인 와이드 카고로 입어도 좋습니다. 밖으로 빼서 약간의 움직임을 더해도 좋고요. 여기에도 어느 쪽이 정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셔츠 블루종이라면 단추를 어디까지 잠글지, 깃을 얼마나 빼서 입을지, 앞을 열지 닫을지.

트라우저즈라면 그대로 입을지, 지혈 테이프를 보이게 할지, 신발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입는 사람이 마지막에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남아 있습니다.

 


Washed Linen Denim이 함께 입는 옷에 따라 표정을 바꿀 수 있는 셋업이라면, Linen Washi는 옷 자체를 입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표정이 달라지는 셋업일지도 모릅니다.

둘 다 셋업이지만, 자유를 남겨 두는 방식은 다릅니다.

셋업을 살 때 당연히 처음에는 위아래를 함께 입은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그래요.

모처럼 같은 원단, 같은 색으로 만들어졌으니 우선은 위아래를 함께 입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을 목적으로 삼으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위아래를 함께 입고, 다음에는 블루종만. 그다음에는 트라우저즈만. 아침에 조합을 생각하기 번거롭다면 다시 위아래를 함께 입으면 됩니다.

한동안 상의만 자주 입는 시기가 있어도 좋고, 어느새 팬츠만 자주 입고 있어도 좋습니다. 각각 단품 옷으로 마음에 든다면 그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셋업인데도 셋업이라는 사실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게 되는 것.

저는 그 정도가 딱 좋습니다.

따로 입는 동안 각각 주름이 생기고, 원단도 조금씩 몸에 익어 갑니다. 처음에는 완전히 같은 상태에서 시작한 위아래라도 입는 횟수가 다르면 조금씩 표정도 달라질 것 같아요.

그럼에도 어느 날 오랜만에 위아래를 함께 맞춰 입어 봅니다.

거울 앞에 섰을 때 ‘역시 같이 사두길 잘했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셋업으로 입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에 따로 입을 때도 부담이 없습니다.

위아래가 갖춰져 있다는 것은 입는 방식을 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입는 방식을 늘리기 위해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Washed Linen Denim도 Linen Washi도 우선은 셋업으로 입어 보세요.

그리고 그다음에는 둘 중 한 벌만 입고요.

아마 그때쯤이면 ‘셋업을 샀다’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옷이 두 벌 늘었다는 정도의 감각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 편이 더 오래 입게 될 것 같아요.

cliché 冨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