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골과 병의 색.
코듀로이 팬츠는 어느새 예전부터 늘 존재해 왔습니다.
가을과 겨울이 되면 매장에 진열되고, 왠지 따뜻해 보이며 조금은 투박합니다. 입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지 않을까요.
뭐, 평범한 팬츠입니다.
하지만 평범하기 때문에 오히려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색다른 디자인을 더하면 차이는 금세 전달됩니다. 하지만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평범한 코듀로이 팬츠를 어디까지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이번에는 거기서부터 생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cantáte 마쓰시마입니다.
오늘은 Warm Corduroy Trousers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코듀로이의 장점은 역시 골에 있습니다.
만졌을 때의 부드러움. 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음영. 가을과 겨울다운 따뜻함도 그 골이 만들어 냅니다.
다만 계속 입다 보면 허벅지와 무릎, 힙의 골이 조금씩 납작해집니다.
그 또한 코듀로이다운 시간의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그저 납작해지고 끝나는 원단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래 입은 뒤에도 아름다운 골을 가능한 한 오래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씨실의 수를 한계까지 촘촘하게 넣었습니다.
씨실을 고밀도로 넣어 파일을 뿌리부터 단단히 잡아 줍니다. 표면의 털만으로 부드러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털을 지탱하는 바탕부터 강하게 했습니다.

부드럽지만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그런 원단입니다.
만졌을 때는 코듀로이다운 부드러움이 있으면서도, 일상적으로 입어도 골이 쉽게 납작해지지 않습니다.
겉모습의 아름다움과 팬츠로서의 내구성.
그 양쪽을 하나의 원단 안에 담았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새것인 채로 남는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코듀로이의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자주 마찰되는 허벅지와 포켓 입구는 조금씩 색이 빠지고, 무릎 뒤와 가랑이 주변에는 히게가 생깁니다. 골의 산과 골짜기에 따라 빛의 반사도 달라지기 때문에, 입기 시작했을 때는 없던 농담이 생겨납니다.
데님처럼 색 빠짐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몇 년간 입은 코듀로이에는 새 제품에서는 나올 수 없는 멋이 있습니다.

골이 납작해지고 결이 정돈되며, 주인의 움직임이 원단에 남아 갑니다.
개인적으로 코듀로이는 따뜻함이나 부드러움만으로 고르는 원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에이징이 멋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 점을 더 많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거죠.

참고로 요즘은 처음부터 얇게 짠 코듀로이를 ‘서머 코듀로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물론 지금의 옷으로서는 그것도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서머 코듀로이는 조금 다릅니다.
겨울부터 입기 시작한 코듀로이가 마찰과 세탁을 거듭하며 골이 납작해지고, 여름에도 입을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서머 코듀로이입니다.
처음부터 여름용으로 만들어진 얇은 원단을 입는 것보다, 겨울에 산 한 벌을 자신의 몸과 시간으로 여름 옷으로 바꿔 가는 것.
저는 그 편이 더 좋습니다.

겨울에는 파일의 따뜻함을 느끼고, 봄이 올 무렵에는 원단이 조금씩 몸에 길들여집니다. 계속 입다 보면 골이 납작해지고, 여름에는 티셔츠와 매치할 수 있게 됩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는다기보다, 한 벌의 옷이 시간 속에서 다음 계절로 나아가는 것.
예전 사람들이 ‘서머 코듀로이’라고 부르던 것에는 그런 시간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원단은 파일 유지율이 높기 때문에 몇 번 입는 정도로는 쉽게 납작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골이 한꺼번에 눌리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형태를 남긴 채 조금씩 길들여집니다. 그 과정에서 히게와 아타리가 생기고, 골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표정을 갖게 됩니다.
새 제품으로서의 완성도만을 생각해 만든 원단이 아니라, 몇 년 뒤의 모습까지 상상하며 만든 원단입니다.
골은 너무 가늘지도, 너무 굵지도 않게 했습니다.
가늘게 만들면 우아해 보이지만 조금 지나치게 섬세합니다. 반대로 굵게 만들면 코듀로이다운 느낌이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옵니다.
기모감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져 보면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털이 긴 느낌이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캐주얼하게 보이면서도 단정한 인상을 줍니다.
그 중간을 아주 섬세하게 겨냥했습니다.

실루엣은 와이드 스트레이트입니다.
무릎에서 좁히지도, 밑단에서 퍼뜨리지도 않고, 허리부터 그대로 곧게 떨어지게 했습니다.

코듀로이는 원단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표정을 지닙니다.
그래서 실루엣으로 무언가를 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리 주변은 단정하게 잡았습니다.
와이드 팬츠라고 해서 전체를 크게 만들면 그저 큰 바지가 되어 버립니다.
허리 주변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그 아래로는 충분한 분량을 남겼습니다.
불필요한 주름이 생기기 어렵고, 뒷모습도 아름답게 보이도록 다듬었습니다.
앞에서 보면 아주 평범한 와이드 스트레이트입니다.
옆이나 뒤에서 보면 원단이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이상한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보이게 하기 위해 세세한 부분을 계속 조정했습니다.
색상은 NOIR, BROWN, BOTTLE GREEN 세 가지입니다.

<cantáte>
" Warm Corduroy Trousers "
COL : NOIR , BROWN , BOTTLE GREEN
¥77,000세금 포함

NOIR는 코듀로이의 음영이 가장 고요하게 보이는 색입니다.
온통 검은색으로 보여도 골의 방향과 빛이 닿는 방식에 따라 농담이 생깁니다. 충분히 입어 골 끝에 마찰 자국이 나타나면 검은색 안에서도 더욱 섬세한 색 차이가 생겨납니다.


BROWN은 코듀로이다운 따뜻함을 솔직하게 느낄 수 있는 색입니다.
다만 오래된 옷처럼 보이는 갈색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흙내음을 조금 덜어내고, 검은색이나 회색 옷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cliché 별주 색상의 BOTTLE GREEN.
별주 색상을 고민할 때 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위스키나 맥주에 사용하는 차광병이었습니다.
선명한 초록이 아니라, 검은색에 가까운 깊은 초록입니다.
실내에서는 어두운 색으로 보이지만, 빛을 통과시키면 갑자기 초록이 나타납니다. 그 느낌을 코듀로이의 골로 표현하면 멋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차광병의 색은 안에 든 것을 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입혀집니다.

분명한 이유가 있어 이 색이 되었습니다.
그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장식만을 위해 만들어진 색보다, 역할에서 태어난 색이 저에게는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실제로 원단으로 만들어 보니 실내에서는 검은색에 가깝고, 바깥 빛을 받으면 골 사이로 초록이 떠올랐습니다.
검은색만큼 딱딱해 보이지 않고, 갈색만큼 따뜻함이 앞에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함께 입는 옷에 따라 검은색으로도, 초록색으로도 보입니다.
있을 법하면서도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색입니다.

이 바지는 니트에도, 셔츠에도, 재킷에도 잘 어울립니다.
스웨트셔츠를 입으면 평범한 휴일 차림이 되고, 가죽 구두와 재킷을 매치하면 단정한 슬랙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름까지 충분히 입었다면, 흰 티셔츠와 샌들만으로도 좋습니다.
코디네이션의 주인공이 되는 바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침에 옷을 고를 때면 왠지 손이 갑니다.

주장을 하지는 않지만, 대충 입은 듯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바지는 산 순간보다 계절 하나를 넘긴 뒤에야 그 매력을 알게 됩니다.
의자에 앉고, 거리를 걷고, 주머니에 손을 넣습니다.
세탁하고, 말리고, 다시 입습니다.
그 반복 속에서 원단은 조금씩 주인의 습관을 기억해 갑니다.
그럼에도 골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입은 시간은 남아 있으면서도, 코듀로이의 아름다움 역시 남아갑니다.
겨울을 위해 산 한 벌이 봄을 지나, 마침내 여름의 코듀로이가 됩니다.
그때쯤이면 이 BOTTLE GREEN은 어떤 초록이 되어 있을까요.
cantáte 松島 紳
